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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세 마리
대학 3학년 때 전공으로 논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경제, 정치보다 그저 무난한 게 고전이겠거니 해서 택했던 것이었지만, 막상 수업을 들으니 그 몰입감이 상상이상이었다. 교수님은 논어 하나하나를 재밌게 풀이해 주셨다. 때로는 논어 구절을 통째로 외우게도 하고, 비평문 혹은 감상문을 써오라고도 하셨지만, 결국 이를 통해서라도 학생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깨우치길 바랐셨던 것이다. 나 역시 느낀 것이 많았다. 특히 대학 3학년인 2019년은 세대 갈등이니 젠더 갈등이니 하는 갈등이 만연해있던 시기였다. 하여 '유교'라는 것은 성별, 연령 간의 위계질서를 고착화하여 맹목적인 문화를 만들어낸 골칫덩이라는 의견을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가치관을 정립하기에 어렸던 나 역시, 그러한 의견을 경청하며 그럴듯하다고 맞..
작년 10월 25일부터 현재까지 하고 있는 특별전시회,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버스 광고를 보고 알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인기가 너무 많아 표를 구하지 못했다. 그렇게 아쉬워하던 찰나, 2주간 연장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여차저차 운 좋게 표를 구하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전시장에 갈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 대표 소장품전을 개최합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13세기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배출한 이후 15~20세기 초까지 600여년 간 신성로마제국과 오스트리아 영토를 다스리는 황제로 군림한 가문이며 유럽의 정세에 가장 영향력 있던 명문가 중 하나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15~20세기까지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르네상스, 바로크미술..
학교가 굉장히 크고 들어가려면 미리 온라인 예약해야했던걸로 기억.. 근데 그것도 재학생 인맥있어야 수월했었다... 결국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부탁했었던 기억이... 학교 근처에 있길래 혼자 가본 공원. 생각보다 큰데 생각보다 한적했었다. 8월 말인가 9월 초 여름이었는데 햇빛이 눈부셨지만 따뜻했었다. 틈만 나면 여기서 햄버거 먹었다. 자전거 배우고 얼마 안돼서 자전거로 여기서 이케아까지 갔었던 것 같다.. 순대랑 냉면 먹었지만 내 입맛은 아닌걸로.. 前门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숙제했다. 만리장성 올라가는 마지막 길이 매우 가파르고 난간도 없어서 당황스러웠지만 풍경이 너무 예뻤고 야경이 진짜 최고였다. 여기서 오리배타고 한바퀴 돌았다. 추석에 아는 언니네 집 간다고 혼자 열차타고 저기까지 갔다. 사..
2018년, 필수 전공과목이었던 문화사 과목의 과제로 제출했던 글이다. 전체 페이지는 총 16페이지이나, 서문과 제1장 중 초반 부분을 발췌하였다. 서문 책 서평에서 썼듯이 필자는 역사책이란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하는데 의의가 있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 필자에게 중국문화사 집필에 들어가기에 앞서 역사관이란 무엇인지, 그러한 역사관이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해 한 번 고민해보는 시간은 의미가 있었다. 역사를 쓰는 사람의 역사관에 따라 독자들이 얻게 되는 역사적 사실도 다양해지며, 그 사실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가령, 어떤 나라에 대해 서술한 역사책이 두 권 있다고 하자. 하나는 단순히 그 나라의 승패만 서술했으며, 다른 한 권은 그 나라의 문화사적 의의와 백성들의 삶을..
5월 24일 목요일, 세종 즉위 600주년 기념으로 열린 세종 조 회례연을 보기위해 국립국악원을 방문했다. 세종 조 회례연은 세종이 조선 궁중음악 정비를 위해 약 9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얻은 결실을 축하하고자 열었던 잔치로, 왕과 신하들의 우의를 다졌던 행사이기도 하다.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사흘 동안 열렸던 이 공연은 세종의 이러한 음악사적 업적을 각인시켜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공연은 약 90분간 진행되었다. 사실 국악공연을 직접 보러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봤다고 해봤자 학교나 어느 단체의 풍물놀이 동아리에서 하는 짤막한 공연이 전부였다. 게다가 그 동안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등 여러 매체에서 외국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는 공연 홍보를 보고는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왔지만,..
4번째 토론 주제 는 인공지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토론이었다. 인공지능은 작년 ‘알파고 대 이세돌 대국’으로 큰 이슈가 되었지만, 몇 개월 지속되지 못하고 그 열기가 빠르고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 당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으로 등장하게 될 인공지능에 대해 호기심과 두려움을 모두 느꼈지만 거기서 그칠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4번째 토론은 인공지능에 대한 위기심을 크게 일깨워 주었다. 인공지능이 약인공지능에서 강인공지능, 나아가 초인공지능까지 발전할 수 있음이 그다지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과, 인공지능의 지능수준 또한 인간을 넘어선다는 새로운 정보는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약인공지능에만 익숙해 있던 나에게 막대한 공포심을 주었다. 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