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고양이 세 마리

[2학년 1학기] '세종 조 회례연-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 감상문 본문

감상

[2학년 1학기] '세종 조 회례연-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 감상문

최루범 2023. 2. 6. 21:23

출처-국립국악원

 

5월 24일 목요일, 세종 즉위 600주년 기념으로 열린 세종 조 회례연을 보기위해 국립국악원을 방문했다. 세종 조 회례연은 세종이 조선 궁중음악 정비를 위해 약 9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얻은 결실을 축하하고자 열었던 잔치로, 왕과 신하들의 우의를 다졌던 행사이기도 하다. 523일부터 26일까지 사흘 동안 열렸던 이 공연은 세종의 이러한 음악사적 업적을 각인시켜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공연은 약 90분간 진행되었다. 사실 국악공연을 직접 보러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봤다고 해봤자 학교나 어느 단체의 풍물놀이 동아리에서 하는 짤막한 공연이 전부였다. 게다가 그 동안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등 여러 매체에서 외국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는 공연 홍보를 보고는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왔지만, 국악공연에 대해선 딱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이렇듯 나는 국악과 친하지 않았기에,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수십 번을 걱정했다. 과연 내가 공연을 보면서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오히려 국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을 한 것이 정말 무색하게도, 공연이 시작하고부터 나의 이런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일단 무대 양 옆에 무대의 진행상황과 음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나오는 모니터가 있어 공연을 이해하는 데 있어 수월했다. 그리고 의외였던 것은 배우가 있다는 점이었다. 현재 수강 중인 전통음악 수업시간에도 세종이 음악사업에 얼마나 힘을 쏟았는지에 대해 배우면서 음악을 감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세종의 많은 업적을 돌아보기에는 한계가 있어 짧은 영상을 연달아 보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당연히 클래식 공연처럼 당시 회례연에 연주되었던 음악을 순서대로 연주만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보니 배우들이 공연을 이끌어 나갔고, 음악과 음악 사이,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당시 회례연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꼈을 뿐만 아니라 음악의 배경과 음악이 갖는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공연이 각각의 곡의 집합이 아닌, 각각의 플롯들이 엮어져 만들어진 하나의 스토리처럼 느껴졌다. 말 그대로 공연에 힘껏 몰입할 수 있었다. 공연 음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는 5-수제천(헌가)’의 정재 무고였다. 앞서 말했듯 나는 국악에 딱히 큰 관심은 없었지만, 북 특유의 웅장함을 좋아해 학교 내 풍물동아리 공연을 몇 번 관람했던 적이 있다. 5작의 정재에서 북을 치며 춤을 추는데, 북이 주는 웅장함과 절제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춤 선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 북이 울릴 때마다 3층에 있던 나에게까지 무대의 떨림이 그대로 전해져 전율이 돋았다. 또한 고등학생 때 동동을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4동동을 들으니, ‘세상에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며 공연을 보는 내내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웠다. 정재마다 서로 다른 다채로운 복식들과 현재 많이 쓰이는 악기들과는 생김새는 다르지만 저마다의 매력적인 소리를 가진 악기들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공연을 통해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들을 받으면서, 비록 내가 자의적으로 찾아온 공연장은 아니었지만 참 값진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험을 통해 국악이 다른 공연 장르보다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전통음악과의 벽을 허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국악에 큰 관심이 없을뿐더러 평소에 이런 국악공연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공연장을 나온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내가 부모가 되고 자식을 키운다면, 그 아이에게도 이런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고. 마지막으로 국악공연을 보고 오라는 과제를 내주신 전통음악 교수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